주말에 아이와 춘천 레고랜드에 다녀왔어요.

레고랜드에 가기 전에는 당연히 놀이기구를 얼마나 많이 탈 수 있을지가 제일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루 종일 아이를 따라다니며 놀아보니 의외로 기억에 남은 건 놀이기구 이름이나 몇 개를 탔는지가 아니더라고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동그래졌던 표정,
길에서 작은 레고 캐릭터 하나를 발견하고 멈춰 서 있던 순간,
자기가 만든 레고를 자랑하던 모습,
그리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 결국 지쳐서 조용해진 저녁까지.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레고랜드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아이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일반적인 레고랜드 이용후기와 조금 다르게, 저희 가족이 춘천 레고랜드에서 보낸 하루를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 위주로 적어보려고 해요.

첫 번째 순간, 입구에서 이미 여행은 끝난 것처럼 좋아했던 아이

사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이제 막 입장했으니까

“빨리 들어가서 놀이기구부터 타야지!”

하는 마음이 먼저 들잖아요.ㅎㅎ

그런데 아이는 입구부터 달랐어요.

알록달록한 건물과 커다란 LEGO 글자, 캐릭터들을 보는 순간 이미 신이 나 있더라고요.

저희는 아직 아무것도 타지 않았는데 아이는 계속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여기저기 가리키면서 신기해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잠깐 생각했어요.

아이에게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미 놀이가 시작되는구나.

어른들은 자꾸 다음 장소를 생각하지만 아이는 지금 눈앞에 있는 장면을 훨씬 더 열심히 보고 있었어요.


두 번째 순간, 어른은 지나치고 아이는 발견하는 것들

레고랜드 안을 걷다 보면 곳곳에 작은 LEGO 캐릭터와 재미있는 장식이 정말 많아요.

저는 처음에는 다음 놀이기구가 어디 있는지만 보고 걸었는데요.

아이는 계속 중간에 멈췄어요.

“엄마, 여기 봐!”

“이거 웃겨!”

하면서요.

처음에는 빨리 가자고 재촉했는데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정말 작은 LEGO 캐릭터 하나가 재미있는 행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조금 천천히 걸어봤어요.

그랬더니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작은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건물 위에도 LEGO,

벽 한쪽에도 LEGO,

벤치 근처에도 작은 캐릭터가 숨어 있었어요.

놀이기구만 찾아다녔다면 몰랐을 레고랜드의 작은 재미였답니다.

세 번째 순간, 가장 비싼 놀이기구보다 오래 놀았던 레고

레고랜드에 왔으니 당연히 놀이기구가 제일 재미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예상외로 아이가 오래 머문 곳은 직접 LEGO를 만지고 만드는 체험 공간이었어요.

처음에는 잠깐 만들다가 금방 나오겠지 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하나 만들고,

다시 부수고,

또 만들고,

이번에는 다른 모양으로 만들고.

부모님 입장에서는

“우리 놀이기구 타러 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지만ㅎㅎ

아이 얼굴을 보니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그냥 기다려줬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누가 정해놓은 방법대로 움직이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보는 시간이니까요.

네 번째 순간, 줄 서는 시간도 아이에게는 놀이터

주말에 레고랜드를 방문하면 어느 정도 대기는 피하기 어려워요.

처음에는 저도 줄을 서면서 계속 시간을 확인했어요.

‘몇 분 남았지?’

‘다음엔 어디 가지?’

그런데 아이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주변을 구경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눈앞에 보이는 LEGO 장식들을 보고 있었어요.

어른에게는 ‘대기시간’인데 아이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물론 너무 오래 기다리면 힘들어하지만ㅎㅎ

적당한 대기라면 아이와

“저거 타면 어디까지 올라갈까?”

“누가 더 무서울 것 같아?”

하며 이야기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돌아보면 놀이기구 몇 분보다 그 앞에서 함께 기다리며 나눴던 이야기가 더 기억나는 것도 신기했어요.

다섯 번째 순간, 아이보다 부모가 더 진지해지는 미니랜드

레고랜드에서 조금 웃겼던 곳이 바로 미니랜드였어요.

처음에는 아이 보여주려고 간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부모님들이 훨씬 진지하게 보고 있더라고요.ㅎㅎ

작은 건물 하나하나를 LEGO로 표현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 놀라워요.

“이것도 전부 레고야?”

하면서 저도 모르게 계속 가까이 가서 보게 됐어요.

아이와 함께

“여기 사람 있어!”

“자동차도 움직여!”

하면서 찾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어요.

레고랜드가 아이들만 좋아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공간은 어른들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여섯 번째 순간, 아이에게는 햄버거도 여행의 추억

한참 뛰어다니다가 밥을 먹으러 갔어요.

평소라면 그냥 한 끼 식사였겠지만 놀이공원에서 먹는 음식은 왜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질까요.ㅎㅎ

아이는 놀이기구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밥을 먹었어요.

“아까 그거 진짜 빨랐지?”

“다음에 또 타자!”

하면서요.

밖에서 하루 종일 놀다가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잘 먹기도 했어요.

여행에서 꼭 유명한 맛집을 가야만 기억에 남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레고랜드에서 신나게 놀다 먹었던 햄버거나 간식도 나중에는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추억이 되니까요.

일곱 번째 순간, 부모님 체력은 떨어지고 아이는 다시 부활

오후가 되니까 슬슬 저희는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이는 간식 하나 먹고 갑자기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ㅎㅎ

아침부터 계속 움직였는데 도대체 저 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잠깐 벤치에 앉아 쉬면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걸 바라봤어요.

그때부터는 놀이기구 하나 더 타는 것보다 그냥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서 놀게 해주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오늘 최대한 많이 해봐야지.”

였는데,

오후에는

“그래, 네가 재미있으면 됐다.”

가 되더라고요.

아이와 놀이공원을 다녀본 부모님이라면 조금 공감하실 것 같아요.

여덟 번째 순간, 기념품 숍 앞에서 시작된 마지막 협상

그리고 결국 찾아왔습니다.

부모님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간.

기념품 숍.ㅎㅎ

LEGO가 가득한 매장에 들어가니 하루 종일 신나게 놀던 아이의 눈이 다시 반짝였어요.

처음에는 구경만 하기로 했는데 구경만 하고 나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거 하나만!”

에서 시작해서

“그러면 이건?”

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협상 시간.ㅎㅎ

결국 하나를 골라서 나왔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가지고 노는 걸 보니 여행 기념품으로 하나 정도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그 LEGO를 볼 때마다 레고랜드에서 놀았던 날이 생각나겠죠.

아홉 번째 순간, 아침과 완전히 달라진 아이의 뒷모습

하루 종일 놀고 나오는 길.

아침에는 입구를 보자마자 앞으로 뛰어갔던 아이가 이제는 조용히 걸어갑니다.ㅎㅎ

말수가 줄고 걸음도 느려졌어요.

그 모습을 보니 오늘 정말 열심히 놀았구나 싶더라고요.

사진을 확인해보니 아침에는 머리도 단정하고 얼굴도 뽀송했는데 오후 사진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되어 있었어요.

머리는 헝클어지고 얼굴은 조금 지쳐 있는데 표정은 만족스러워 보여서 오히려 그런 사진들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완벽하게 예쁜 사진보다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다는 게 그대로 보이는 사진이라서요.

레고랜드에서 배운 의외의 여행 방법

이번에 춘천 레고랜드를 다녀오면서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걸 느꼈어요.

처음에는 비싼 입장권을 샀으니 놀이기구를 최대한 많이 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하루를 보내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몇 개 탔는지가 아니었어요.

아이가 사소한 LEGO 하나를 발견하고 좋아했던 순간,

직접 만든 작품을 보여주며 뿌듯해했던 표정,

같이 줄을 서면서 이야기했던 시간,

그리고 저녁에 완전히 지쳐버린 모습까지.

결국 가족여행에서 남는 건 몇 군데를 갔느냐보다 함께 무엇을 보고 웃었느냐인 것 같아요.

춘천 레고랜드를 조금 다르게 즐겨보세요

레고랜드에 처음 방문하신다면 놀이기구 리스트만 너무 열심히 준비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아이와 천천히 걸어보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LEGO도 찾아보고,

아이가 한참 놀고 싶은 곳에서는 조금 기다려주고,

사진도 많이 남겨보세요.

분명 계획했던 것과 다른 곳에서 더 재미있는 순간을 만나실 수도 있어요.

저희도 처음에는 놀이기구 때문에 방문했지만, 돌아와서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그 사이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춘천 레고랜드 여행은 놀이공원을 다녀온 하루라기보다 아이가 정말 아이답게 신나게 놀았던 하루로 기억될 것 같아요.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덜 서두르고, 아이가 바라보는 레고랜드를 같이 구경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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